애매모호한 업무지시 – 뭐 어쩌란거지? 동서양의 업무지시 차이

애매모호한 업무지시, 상사의 업무지시를 이해 못할 때 우리는 정말 혼란스럽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업무 지시를 분명히 받긴 받았는데 막상 자리에 앉아 시킨 대로 하려니 뭘 어쩌란 건지 막막할 때가 있지 않은가?
갑자기 불러서 “이렇게 저렇게 해.”라고 하지만, 어떤 업무든 그 일이 마감까지 가기 위해선 수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업무 마감일이 있어야 하고, 누구와 어떻게 논의해야 하는지, 그 정보는 어디서 발췌해야 하는지, 완성되는 보고서는 어떤 형태라야 하는지, 최종 결재권자가 원하는 정보는 그중에서 무엇이었는지, 이 자료가 어디로 전달돼서 어떤 결론이 나는지 등등 수많은 정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가 받는 지시는 두루뭉술하기 짝이 없다. 왜 이렇게 우리는 일하기 전에 업무 지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상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관심법(?)’부터 써야 하는 걸까. 이는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한 인지심리학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 말씀이 있었는데 상당히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늘 생각했던 문제였다. ‘한 번에 명확한 지시를 내려주면 일에 진입하는 속도도 빠를 것이고 조직 전체적으로도 엄청난 효율 아닌가.’ 하고.
하지만 동양의 문화에서는 상급자가 은유적으로 지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으며, 하급자가 윗사람의 의중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 또한 하급자의 ‘미덕’으로 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에서도 이런 문화가 통용되어 자세히 설명 안 해주고는 “왜 얘는 말귀를 못 알아먹나.”라고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착착 만들어 와야 한다는 말이다.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인사팀장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비효율적인 소통 방식도 없다. 하지만 동양 문화의 특징이라 하니 바꾸려고 온갖 저항에 부딪히거나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였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이런 문제로 고민 상담하는 직원에게 이렇게 안내했다.
먼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일단 답변해서 ‘난 수긍했음’을 보이고, 자리에 앉은 다음 나름의 정리를 해 본다. 그다음 바로 업무로 들어가지 말고(무작정 업무로 들어갔다가 정보 부족으로 막히게 되고 ‘일을 쥐고 있다.’는 악평을 받게 된다.) “지금 작업 중이긴 한데 이러이러한 정보들이 있으면 빨리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어디서 확인이 가능할까요?”라고 묻는 것이다. 지시한 사람에게 달라고 하면 안 되고 어디서 확인할지를 묻는 게 핵심이다. 달라고 하면 “니가 나 일 시키려 드냐.”라고 할 테다.
그러면 상사 입장에서는 아주 귀찮더라도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생겨버린다. (물론 이런 전개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는 바람에 당황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밟다 보면 서로가 어느 정도 합의점이 생겨 소통이 자연스러워진다.
상사 입장에서도 대충 시키면 또 물으러 오고 당황하는 모습을 또 보여야 할 테니 좀 더 디테일하게 지시하는 습관이 생긴다. (보는 눈이 많은데 쪽팔리는 일이니까.) 하급자 또한 이 과정에서 스스로 ‘상사의 언어’에 익숙해져 어느 정도는 묻지 않아도 파악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동양의 소통 문화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 맞춰가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소통 능력만 발휘해도 상사 입장에서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원하는 대로 만들어오는 직원으로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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