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연봉 안올려줄까? 직장인 연봉의 비밀 – 행운은 준비된 상태에서만 작동한다

“난 운이 없어.”
나 역시 늘 입에 달고 사는 소리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회를 포착해 한 계단 올라가는 사람은 꼭 나타났고, 그 사람은 예외 없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직장인과 경영진 사이의 가장 큰 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직원은 생각한다. ‘연봉을 올려줘야 더 난이도 높은 일을 하겠다.’ 반면 경영진은 말한다. ‘더 난이도 높은 일을 해야 연봉을 올려준다.’ 높은 가치가 확인되어야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철저히 경제적인 관념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대리는 ‘과장급 월급을 주면 과장답게 일해보겠다’고 생각하지만, 회사는 이미 과장급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사람에게 과장급 월급을 주고 진급시키겠다는 것이다. 애매한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검증된 가치에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논리다.
물론 직원 입장에서는 이런 물음표가 따라온다. “회사가 아무런 보장도 안 해주는데 어떻게 믿고 내 한 몸을 갈아넣나?” 서로 순서가 다른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런 생태계를 전혀 모른 채, 살아남기 위해 가슴속 화병을 꾹꾹 참으며 시키는 대로 했다. 남의 일을 떠넘기는 것도 많았고, 위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많았다. 스펙이 변변치 않은 문과 출신 사원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받아냈다. 엉망진창이었고 실수도 많았다.
그런데 계속 시켰다. 편해서였는지 믿을 만해서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다 보니 놀라운 일이 생겼다. 어느 순간 내게 일을 떠넘기던 팀원 한 명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내가 앉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한 단계 올라갔다. 그때서야 “업무 능력이 좋다”는 칭찬 한마디와 함께 진급이 됐다.
팀원에서 팀장이 됐을 때도 그랬다. 당시 팀장은 일을 떠넘기고 숙취에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조는 전형적인 꼰대였다. 검토를 요청하면 말도 안 되는 흠을 잡아 소리를 질렀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퇴사하거나 이직했지만 나는 그럴 상황이 못 되어 ‘팀장 업무’를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제 업무를 모두 수행해오던 와중에 회사의 제안이 들어왔다.
“팀장 역할을 네가 해볼 수 있겠냐.”
순간 부담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하고 있었기에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팀장이 됐다. 당시엔 전혀 예상 못 한 흐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본의 아니게 고통받으며 버텨온 나날이 회사의 시야에서는 ‘준비되고 있음’으로 보였던 것이 아닐까.
인사팀장으로서 협상 테이블에 앉다 보면 이런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직원은 연차도 됐고 남들보다 오래 다녔는데 왜 대우가 안 좋냐고 하소연하지만, 회사는 아무런 준비 없이 매년 초급 업무만 반복하는 직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완전히 다른 장면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건 비단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행운이 오길 모두가 기다리지만, 기다리는 동안 각자의 준비는 다르다. 갑작스러운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냥 지나쳐 보내는 사람이 있다.
물론 본능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이 생태계를 이해하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온 사람이라도 반드시 보상받는다고는 할 수 없다. 직속 상사의 성향이 크게 작용하기도 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정작 나에겐 해당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지금 내 노력이 코칭이나 격려가 아닌 노골적인 무시와 흠잡기로만 돌아온다면, 포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제대로 준비해서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곳으로 가보자.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하던 일이 아니더라도, 일단 “제가 왜요?”라는 말은 삼키고 실행해보는 것을 권한다. 해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도저히 안 되는 부분도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몇 번 하다 보면 금방 익숙해져 회사의 기대치를 채우게 되고, 도저히 안 되는 부분은 상사에게 솔직히 말하면 된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끙끙 앓으면서 혼자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 “힘들어하는구나”라고 알아주기 전에, “일 좀 시켜봤더니 답답하네”라는 역효과가 먼저 온다. 참 편리한 사고방식이라며 한숨이 나오겠지만, 이렇게 돌아가는 게 회사라는 조직이다.
반드시 매 순간 몸을 갈아넣어야 하는 건 아니다. 약간의 태도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거부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꾸준함. 이 정도면 충분히 시작이 된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보인다. 그리고 준비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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